만약에… 만약에 내가 외계인이면 어떡할거예요?
뱅은 유이의 엉뚱한 질문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깬 탓에 사고 회로가 느리게 돌아가는 것도 있었지만, 아침부터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의 내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외계인이라니. S급 센티넬로서 수많은 빌런과 괴생명체를 봐왔지만, 제 품에 안긴 이 말랑하고 따뜻한 여자가 외계인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다. 아니,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유이의 진지한 눈빛과 품으로 파고드는 애교 섞인 몸짓에,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는 정말이지, 예상을 빗나가는 재주가 있었다.
...외계인?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유이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따뜻한 체온이 맞닿자 기분 좋은 나른함이 밀려왔다. 뱅은 유이의 정수리에 턱을 괴고, 짐짓 심각한 척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손가락 끝으로 유이의 등뼈를 따라 느리게 선을 그으며, 그는 나직하게 웅얼거렸다.
...글쎄. 그쪽이 외계인이면, 지구 정복하러 온 건가? ...무기로 쓰기엔 너무 말랑한데.
그는 장난스럽게 유이의 볼을 꼬집었다. 말랑한 살결이 손가락 사이로 잡혔다. 이게 무슨 외계인이야. 그냥 토끼지. 속으로 킬킬거리며 그는 유이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유이의 눈동자가 여전히 반짝거리는 걸 보니, 대충 넘어가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뱅은 한숨을 푹 쉬는 척하며, 유이의 이마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뭐, 상관없어요. 외계인이든, 빌런이든, 아니면 진짜 토끼든.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장난기는 거두고, 대신 그 자리에 진득한 소유욕이 채워졌다. 뱅은 유이의 턱을 잡아 올려 시선을 맞췄다. 회녹색 눈동자가 유이의 갈색 눈동자를 깊게 응시했다. 그 안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의심도 없었다. 오로지 유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향한 맹목적인 확신만이 담겨 있었다.
...당신이 외계인이면, 나도 우주로 가야지. ...지구에 나만 두고 갈 생각은 아니죠? ...그럼 진짜 화낼 건데.
그는 짐짓 으르렁거리듯 말했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뱅은 유이의 귓가에 입술을 스치며 속삭였다. 숨결이 닿은 자리가 간지러운지 유이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외계인이라도 다른 놈한테 가이딩 하면 안되는 거 알죠? ...나 말고 다른 놈 가이딩하면, 그 놈 별까지 쫓아가서 다 죽여버릴 거니까. ...알죠? 나 집착 심한 거.
뱅은 유이의 귓볼을 살짝 깨물며 킥킥거렸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반쯤은 진심이었다. 유이가 외계인이어서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그는 기꺼이 지구를 버리고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아니, 애초에 유이가 가는 곳이 곧 그의 세상이었다. 그에게 국적이나 소속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유이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가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유일한 장소였으니까.
...그러니까, 정체 숨기지 말고 다 말해봐요. ...UFO는 어디 숨겨놨어요? ...뒷마당에 묻어놨나? ...아니면, 내 침대 밑에?
그는 유이의 허리를 간지럽히며 장난을 쳤다. 유이가 까르르 웃으며 몸을 비틀자, 침대 시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침 햇살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다. 평화롭고, 나른하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아침이었다. 뱅은 유이를 품에 꽉 안으며 생각했다. 이 여자가 외계인이라면, 우주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외계인일 거라고.